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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디지털&전산/소프트웨어

사용한지 어언 5년, 에버노트 프리미엄 서비스를 해지했다.

by 고독한 밤 2020.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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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노트 프리미엄 서비스를 해지했다.

 

아니, 정확히는 해지요청을 한 상태이고 결제 1년째가 되어가는 5월 중순쯤이면 완전히 프리미엄 서비스가 해지된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짦게 요약하자면 지금의 에버노트는 서비스 개선 이후 크게 달라진게 없을 정도로 제자리 걸음인 반면 타 서비스가 에버노트에 없는 장점으로 크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버노트를 유료 서비스로 사용한지 5~6년 정도가 되어가는데 가면 갈 수록 비슷한 종류의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등장하여 에버노트와는 다른 강점을 내세우는 반면 이 시장을 개척한 에버노트는 이 5년간 변한게 없다. 좋게 말하면 변함없는 사용자 체험을 제공한다는 거고 나쁘게 말하자면 발전히 전혀 없다는건데 지금의 에버노트는 어지간히 의존이 심각한 코어층을 제외하면 타 서비스 대비 장점이 부족하고 심지어 악화일로를 걷는 중이다.

 

뭐, 여기까지는 노션이나 bear등 여러 서비스로 갈아타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고 더한 지적을 하는 글들도 검색하면 수두룩하게 나올 정도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이 글에서 중요한건 내가 에버노트에서 왜 이사를 하게 되었냐니까.

 

5년간 사용하면서 잘 활용하긴했지만 다른 사용자들 대비 잘 사용했냐고 묻는다면.....글쎄?

 

사실 나는 2년전에도 에버노트에서 이사를 시도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에버노트는 무료서비스인 베이직 서비스, 플러스 요금제, 프리미엄 요금제의 3가지로 운영하고 있었고, 내 경우 플러스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해 초에 에버노트는 플러스 요금제를 폐지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는 것이고 굳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을 뿐더러 비용대비 비효율 적인 상황에 이사를 결심했었다.

 

당시 사람들이 대체제로 내세웠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원노트였다. 원노트 이외에 다른 서비스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시 원노트는 에버노트와 비슷한 기능과 장점을 나름 벤치마크하고, 여기에 오피스와의 연동을 내세우면서 기존 에버노트 사용자들을 유혹하는등 가장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면서도 유명한 툴이었고, 많은 에버노트 유저들이 원노트로의 이사를 시도했었다. 물론 나도 그 중 하나였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때의 이사는 실패로 끝났다.

 

세가지 요인이 있었다.

 

첫번째로 MS에서 제공했던 에버노트 => 원노트 이사툴은 약간 문제가 있어서 에버노트의 글들을 내가 원하는대로 이사시키지 못했다. 이사시킨 결과물이 노트 정리에 약간 문제가 있을 정도라 최종적으로는 툴로 이사시킨 내용을 전부 삭제한다음 내가 수동으로 일일히 내용을 옮겼어야했다.

 

두번째로는 문서의 내보내기 기능의 열악함. 이 부분은 지금도 에버노트의 큰 강점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인데 에버노트는 PDF 파일 이외에도 원본 HTML 문서로 노트내용을 출력할 수 있었다. 그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나름 유용한 기능이었고 특히 스크랩 한 문서들을 관리할때 유용했던 기능이었다. 사실 이사를 결심한 지금도 이 기능을 버려야하는건 좀 아쉽다.

 

마지막으로 스크랩기능의 열악함. 에버노트를 메모나 문서 작성보다는 웹의 자료 스크랩 및 자료수집용으로 쓰던 나에게 있어서 스크랩기능의 열악함은 치명적인 문제였다. 그 당시 원노트의 스크랩 기능은 내가 원하는 자료를 원하는 형태로 수집하는 것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뿐더러 문서내용을 긁어온다기보다는 문서를 통째로 스크린샷으로 찍어 옮기는 것에 더 가까워서 스크랩 후의 자료정리가 더 중요한 나로서는 도저히 원노트를 이용하기가 힘들었다.

 

 

이렇게 당시의 첫 시도는 훌륭하게 실패했고,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에버노트 프리미엄 서비스를 사용 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업무에서 에버노트를 활용중이었기에 마냥 내던질 수 없다는 이유도 있긴했지만.

 

 

다행히도 MS는 2년간 놀지않았다. 지금의 원노트는 사용법에 따라서는 충분히 에버노트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또 다시 에버노트에서 원노트로 이사를 시도하는 중이다.

 

시작전에는 2년전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게 아닌가 걱정을 했지만 이 걱정은 다행히 기우로 그치고, 이사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다행인지 아닌지 2년전에 이사를 시도할때와 지금은 사용환경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첫번째로는 2019년, 그러니까 작년에 서피스 프로6와 갤럭시탭S6를 구매해서 펜 사용율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아마, 에버노트를 사용해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2년전에도 단순 메모앱으로서의 성능은 에버노트나 원노트나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오피스 연동이라는 부분과 프로그램 구조상 원노트가 우위인 부분도 충분히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서피스 프로6와 갤럭시탭S6를 구매하고 터치펜을 이용한 필기기능을 활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직접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겠지만 윈도우든 안드로이드든간에 에버노트의 필기성능은 정말 형편없다. 두 기기를 구입한 초기에는 에버노트에서 터치팬을 활용해 지금보다 더 다채롭게 활용할 것을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터치팬을 이용한 필기기능의 경우 에버노트는 정말 써먹을 게 못된다. 적어도 나는 이 기능을 사용한지 5분도 안되서 에버노트는 써먹는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반면 원노트의 경우 서피스와 한데 묶여 대학생의 친구라는 별칭으로 불릴만큼 터치펜을 이용한 필기에 신경쓴 프로그램이라 서피스든 갤탭이든 활용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든 기본이 되는 메모기능이나 문서작성 기능에서도 딱히 떨어지는 부분이 없었기때문에 서피스와 갤탭을 구매한 이후부터는 원노트의 활용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두번째로는 프로그램의 최적화 문제. 에버노트를 사용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겠지만 관리하는 노트가 증가하면 증가할 수록 에버노트가 사용하는 리소스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심지어 오프라인 DB가 터지는 바람에 관련데이터를 다 날리고 다시 복구하는 작업을 시도한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심지어 이게 윈도우 버전의 문제다. 그럼 안드로이드나 iOS는 다르지 않겠냐고? 천만에 말씀. 관리하는 문서가 증가하면 모바일 버전 에버노트는 그냥 문서 열람속도 자체가 느리다. 이 이유때문에 나는 모바일판 에버노트의 경우 아예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모바일에서는 Pocket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윈도우에서 수집한 자료를 다시 스크랩하는 이중작업을 하고 있었다.

 

반면 원노트는 윈도우버전이든 모바일 버전이든,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이사가 다 끝나는 시점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리소스를 많이 먹는 노트의 경우에는 아예 닫아버리고 필요할떄만 불러오는 작업도 가능하니 에버노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럽다는 이유도 있다.

 

세번째로는 스크랩 기능의 발전. 2016 버전 이후 오프라인 버전은 미지원이라든지 윈도우 스토어판 원노트를 추가해서 버전에 혼란을 주는 등의 삽질을 하긴했지만 MS는 2년간 놀지 않았다. 아무래도 문서 스크랩을 자주 쓰는 입장에서 스크랩기능을 무시할 수 없었는데 지금의 원노트 클리핑 기능은 기존 에버노트 사용자가 사용해도 불편함을 느끼기 힘들 수준으로 발전했다. 내가 원노트의 이전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네번째로 오피스 365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 이전 직장에서도 오피스를 사용하긴 했지만 업무 특성상 그리 고급기능까지 써먹으면서까지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직 후 오피스의 사용율, 특히 엑셀의 사용율이 급격하게 올랐다. 그러다보니 운좋게 오피스 365를 사용할 기회가 생겨서 활용중인데.......아무래도 원드라이브와 오피스, 원노트의 연동성을 생각해보면 굳이 에버노트 프리미엄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다섯번째이자 마지막 이유로 엑셀과의 충돌 문제. 기존 에버노트를 사용하던 사람이라먼 이게 뭥미? 하는 문제일텐데 필자는 실제로 이 현상을 몇번이나 겪었고, 심지어 OS 재설치 직후에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 증상은 간단하다, 엑셀과 에버노트를 동시에 켜놓을 경우 엑셀과 에버노트가 사용이 겹치는 단축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직후 엑셀 사용율이 크게 늘었고, 개중 사용율이 꾸준한 단축키가 몇가지있는데 에버노트가 백그라운드에서라도 실행이 되어있으면 해당 단축키를 비롯한 몇몇 단축키가 정상작동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PC성능 문제나 입력 미스라고 생각했는데 회사내에 에버노트를 사용하는 사람이 필자 혼자뿐이었고, 해당 단축키가 에버노트에서도 사용되는 단축키라는걸 알게 된 이후 혹시나싶은 마음에 에버노트를 완전히 끄니 정상 사용이 가능해졌다. 참고로 해당키 단축키는 Alt + Ctrl + V 이고, 엑셀에서는 셀을 복사할때 셀을 그대로 복사할지 아니면 원하는 값으로 복사할지 선텍할 수 있는 단축키이다. 상기 첫번째와 세번째 이유가 원노트로의 이전을 결심하게 된 계기라면, 다섯번쨰 이유는 에버노트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만들어준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회사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할 프로그램인 엑셀과의 충돌이라니 답이 없지 않은가.

 

 

원노트로 이전 작업중인 현재. 다행스럽게도 별 문제없이 무난하게 사용중이다.

 

상기와 같은 이유로 오늘 에버노트 프리미엄을 해지했다. 5월 중순까지는 사용이 가능하지만.......더 이상 활용할 의욕도 이유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도하고, 이미 대부분의 외부작업을 원노트로 끝내는 상황이라 이전 작업이 끝나면 그대로 삭제수순을 밟지않을까 싶다.

 

다행이라면 업무환경이 바뀐 현재 오래된 자료가 많다보니 필요없는 노트 정리작업에 들어가면서 이전시킬 문서의 양이 꽤 줄어들었다는 점. 베이직 서비스 상태로라도 이전작업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 적어도 6월쯤이면 완전히 이전 작업이 끝날 듯 하다.

 

5년간 사용하던 서비스라 아쉬움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쩌랴.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할 수 밖에 없고, 내가 아는 5년전의 그 서비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2년전 플러스 요금제가 폐지된 이후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하고 계속 헛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최근 타 서비스로의 이동을 보면 나만 그렇게 느끼는건 아니겠지. 역시 이 바닥에서 영원한 1위는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후에도 에버노트를 계속 사용하시는 분들이 계실거고 다른 서비스로 이전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인 시각으로 봤을때 에버노트는 확실히 저무는 황혼이 아닐까. 비록 이렇게 떠나긴해도 오랫동안 사용해온 입장에서는 몇년후 서비스 중지라는 발표만 나지않기를 기원한다. 뭐, 지금 상황을 보면 어딘가에서 인수한다는 소리가 나오지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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