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음........본래는 우울증 치료 카테고리로 보낼까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적절한 이야기가 아닌것 같아서 일상탭으로 올립니다. 그러고보니 이 블로그 개설한 이후로 일상 카테고리 쓰는건 처음이었던가.
뭐, 사소한 이야기는 넘겨두고 지난주 목요일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사고나 병이 아닌 노환이 원인이시고 원래 고령이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이 크네요.
본래는 간략한 글로 끝내야할 이야기입니다만, 돌아가시기까지의 과정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로나의 여파를 정면으로 받아버렸어요.
외할머니는 20년을 반신마비와 치매를 겪고 생활중이셨는데 작년말쯤해서 노환히 급격히 악화되셨습니다.
한번 쓰러지기도 하셨기에 당초에는 원인을 알아보려고 검사를 했는데 검사내용에 위내시경이 끼어있었습니다. 문제는 기관지계열 검사는 이제 코로나 담당병원에서 코로나 음성판정을 받았다는 확인서를 받아오지 않으면 검사가 안된다는 거였죠. 보통 시행하는 간이검사와는 다르게 병원에 하루 입원해서 해야하는 검사라 이걸로 하루를 소비했습니다.
이 검사를 넘긴 뒤에는 검사가 있었는데.........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할머니가 검사뒤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시게되었는데, 여기서도 코로나 덕분에 가족면회가 일체 불가능했거든요.
다행히 3일 후에 일반병실에 입원하시게 되어 가족 1명이 같이 생활할 수 있게되었지만 치매를 겪고계심에도 불구하고 혼자있는게 아주 무서우셨는지 할머니가 잘때조차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하시더라고요. 잘때 누군가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계속 무서워하셨습니다.
이런 패턴의 입퇴원을 몇번 반복하고..........할머니의 상태가 음식을 넘기지도 못하실 정도라 링갤로 연명치료를 하는 처지가 되고나서 저희 가족들에게는 선택지가 왔습니다.
이대로 계속 연명치료를 할지, 아니면 연명치료를 포기하고 할머니를 편히 보내드릴지.
저희 가족은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코로나때문에 입원한상태에서 가족하나 없이 홀로 보내드리는 것보다는 1분 1초라도 가족이 함께 있으면서 가족이 함께 보내드리는게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선택하면서 가족들이 후회를 많이 했어요. 차라리 처음부터 편하게 보내드릴걸 하고.
저희 어머니는 8남매중 장녀시고, 이 연명치료에 대해 처음에는 어머니를 포함한 8남매가 의견이 크게 갈렸었습니다.
그런데 연명치료를 포기하고 집에서 2주간 할머니와 생활하면서........물 한모금조차 목으로 넘기기 힘들어하시며 숨쉴때마다 가래끓는 소리를 내시면서도 가족중 누군가의 손을 꼭 잡고 함께 있으려는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때서야 가족들이 처음부터 연명치료보다 가족들이 함께 있는걸 우선시했어야한다고 크게 후회를 했습니다.
2주간 모든 가족들이 저희집에 하루도 빠짐없이 들려서 할머니와 시간을 보냈고........마지막 가신날, 모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할머니는 눈을 감으셨습니다. 그날 외삼촌 한분과 이모 한분, 그리고 제가 밤을 새서 할머니를 보고 있었는데.....눈을 감으시기전에 전조가 보이더라고요. 부랴부랴 온 가족들을 깨워서 눈을 감기 몇분전 온가족이 보는 앞에서 눈을 감으셨습니다.
뭐랄까, 최후의 순간이어서였을까요. 마지막에는 가족들 이야기를 하나하나 다 들으시고 편한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어, 음........괜찮아졌을거라 생각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떠올리는 지금도 눈물이 나네요.
벌써 일주일이 넘었고 무덤에 무사히 안장시켜드릴때까지 충분히 울고 보내드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것 같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외할머니를 보내드린뒤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냈는데...........개인적인 후회도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한 불편이 이런 곳에서도 나타난다는걸 크게 느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관련으로 인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보니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할머니를 좀 더 편하게 보내드릴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말이죠. 주위에 코로나로 인해 가족이 돌아가신 지인분도 있습니다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지금에서야 코로나 시국에 처음으로 분노를 느꼈네요.
정말 하루 빨리 코로나시국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만.........정말 언제쯤 끝날까요.
뭐, 이렇게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부디 저희 외할머니는 그동안 고생하신만큼 좋은 곳에서 편히 웃으시면서 계셨으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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