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키보드청소를 했습니다.
유튜브보다가 키보드 청소 이야기가 나오길래 키보드 청소한지가 꽤 오래되었다 싶어서 오랜만에 키보드 청소를 위해 기판을 분해했는데........뭐, 보시다시피 개판입니다.
그래서 키캡은 초음파청소기로 세척하고, 하우징하고 기판은 죄다 해체해서 물청소를 한다음 2~3일간 서늘한 곳에서 물기를 완전히 말려서 재조립. 어, 그런데 키보드 입력오류가 나네요.
키 입력이 아예 안되는건 아닙니다. 그런데 스위치가 제대로 눌리지 않거나, 스위치가 눌린 상태에서 복원되지않아 연속입력이 발생하거나하는 부분이 발생. 뭐, 사용한지 5년이 넘는 동안 물청소만 3~4번 이상했으니 이상이 안생기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한거겠죠.
그래서 새 키보드를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했는데......요즘 기계식 키보드 시장이 제가 키보드 구매할때하고는 상황이 많이 다르더군요.
제가 기계식 키보드 구매할 당시는 스위치가 체리 스위치인지, 청축, 갈축, 흑축 중에 뭘 사용할 건지 정도 외에는 사용성과 취향의 문제였는데, 지금은 스위치를 생산하는 회사도, 스위치의 종류도 그때에 비해 배는 늘었습니다.
청축 이외에는 제대로 사용해본 적도 없고, 마트에서 타건 좀 해본게 전부인 저로서는 뭘 골라야할지 혼란스럽더군요. 덕분에 일단 청축 이외의 스위치를 구매한다는 방침만 세워두고 2~3일 정도 기계식 키보드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청축을 제외한 이유는 본래 사용하던 키보드가 혼자 자취할때 쓰던거라 소음을 신경쓸 필요가 없었던 반면, 지금은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지라 소음을 신경써야한다는 점, 그리고 이번 기회에 청축 이외의 다른 스위치도 제대로 사용해보고 싶었다는 사심입니다.
펜타그래프 키보드를 사용하다가 처음 기계식 청축키보드로 넘어왔을때, 한시간 이상 글을 쓰면 느껴지는 손가락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던 그런 경험을 다시 할 수 있지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후술할 스위치 선택미스로 그런 기대는 와장창 박살났지만요.
여하튼 그렇게 며칠간 공부한 결과로 와디즈에 키보드 편딩을 넣어버리고(....), 그 이후에도 공부하면 할 수록 증가하는 욕심에 최종적으로 집 키보드를 전부 기계식으로 바꿀 생각으로 이것저것 질러버렸습니다.
지른 물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차근차근 포스팅하기로하고.....어차피 펀딩한 키보드가 도착하기전에 사용할 키보드는 있어야해서 제품을 물색했습니다. 어차피 집에 데스크탑PC만 2대라 키보드가 최소 2개는 필요했거든요.
구매시 고려조건은
- 청축 이외의 스위치일 것
- 유지보수가 편할것
...의 2가지로 후자쪽이 더 중요했습니다. 청소할때마다 기판 전부 분리하는 것도 꽤 피곤한 일이거든요.
그렇게해서 최종적으로 구매한 제품이 몬스타기어의 닌자87 Pro RGB 되겠습니다.
이 제품을 고르게 된건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료는 완제품 키보드가 아니라 스위치와 키캡을 따로 구매해야하는 핫스왑 지원의 Diy 제품이라는 것.
핫스왑 기능덕분에 키보드의 스위치를 제가 원하는 스위치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특정 버튼이 고장나면 해당부분만 교체 가능하다는 부분, 그리고 사용자의 커스텀을 전제로 한 Diy 킷이라 기판분리가 편해서 유지보수와 청소가 아주 편하다는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저에게는 여러 스위치를 부담없이 테스트해볼 수 있으면서도 유지보수도 편한 좋은 제품이라는거죠.
두번째로는 케이블 분리형 제품에 블루투스 5.1, 2.4G 무선기능까지 지원한다는 점.
컴퓨터에 물려놓은 장비가 많아서 선정리에 고심하는 저로서는 유선에 무선, 블루투스까지 지원한다는건 참 매력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키캡과 스위치를 같이 구매하고도 최종적인 가격이 89,500원.
제 경우 할인쿠폰과 포인트로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는데 요즘 저가형 혹은 보급형 기계식 키보드가 4~7만원대 내외이고, 대부분 납뗌으로 기판에 스위치가 고정되어있는 제품이라는걸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하면서도 가성비가 좋은 물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키캡과 스위치를 구매하지않고 Diy 킷만 구매할 경우 가격은 65,000원으로 별도의 스위치와 키캡을 이미 보유하고 계신분이라면 더 알뜰하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키캡+스위치 제공 제품으로 구매했는데 스위치는 리니어 스위치인 게이트론 황축, 키캡의 경우 추가금액없이 구매할 수 있는 키캡을 적당히 선택했습니다.
키캡은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할 수 있는 키캡과 추가 비용없이 기본제공되는 키캡의 2종류가 있는데 저는 키캡디자인이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 추가비용는 기본키캡을 선택하고, 엠스톤의 클라리온5 키캡을 별도로 구매했습니다.
일부 키캡은 마음에 들기는했는데 대부분 품절상태였고, 구매할 수 있는 키캡은 전반적으로 폰트가 마음에 안들더라고요. 마침 클라리온5가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가격도 무난해서 바로 구매했습니다. 기본 키캡은 물건 받았을때 시험삼아 설치해본뒤 바로 창고행.
닌자87 PRO RGB의 구성품은
- 스위치와 키캡을 제외한 키보드 본체
- PC연결을 위핸 USB-C to A 케이블
- 2.4G 무선 리시버
- 키캡/스위치 리무버
...의 구성으로 되어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부품은 다 갖춰진 구성이고, 케이블은 패브릭 직조 케이블로 고급은 아니지만 나름 좋은 품질로 되어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케이블 색상을 하우징 색에 맞추면 더 좋지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외부 하우징은 플라스틱이지만 내부보강판이 스틸재질이라 보기보다 무게감이 있습니다.
덕분에 타건시 키보드 밀림은 없는 편. 리뷰나 구매후기를 보면 하우징의 키캡결합부에 사출불량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다행히 저는 문제없이 깔끔한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조립 자체는 그리 어렵지않은 편입니다. Diy 킷이긴하지만 실질적으로 같이 배송된 스위치와 키캡을 끼우는 단순작업이라 프라모델 조립하는 것보다 쉽습니다.
키보드 매니아분들은 아예 스위치에 윤활 작업도 하시는 것 같던데 저는 애시당초 유지보수의 편의성때문에 구매한거라 거기까지의 열의는 없어서 조립만하고 종료.
조립후 키감은.....음, 일단 닌자87 PRO의 제품은 만족스럽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스위치 선택을 실수 한 것 같아요.
제가 선택한 게이트론 황축 스위치는 흑축, 적축과 동일한 리니어 스위치지만 적축보다는 키압이 살짝 높은 스위치입니다. 적축은 45g, 황축은 50g.
게이트론 황축을 선택한 이유는 이번에 리니어 스위치를 구매하기로 사전에 결정하고, 이번에 펀딩으로 구매한 키보드의 스위치를 적축으로 선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몰라서 매장에서 적축키보드 몇개를 타건해봤는데.....음, 제 손에는 그다지 맞지않더라고요. 정확한 원인을 몰라서 키압이 더 높고 게이트론에서도 평가가 좋기로 유명하다는 황축 스위치를 구매했는데........원인이 황축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황축의 높은 키압이 저와 맞지않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정확히는 리니어 타입 스위치가 저와 잘 맞지않다는게 원인이라는걸 파악했습니다. 걸림이 없는 키감과 생각이상으로 조용한 소음덕분에 처음에는 만족했는데 손가락 피로도가 당초 상정했던 것보다 더 높았습니다. 그나마도 원인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막연히 키압문제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가, 후에 갈축 스위치를 사용하는 키보드를 따로 구매하고서야 문제를 파악했습니다.
다행인 점이라면 이 키보드는 핫스왑 키보드라 나중에 스위치만 별도로 구매해서 바꿔주면 된다는 점일까요. 일단 펀딩한 키보드가 도착한 후 여유가 생겼을때 갈축으로 변경하는걸 고려하고 있는 중입니다.
뭐, 스위치 문제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품질도 사용감도 다 합격점입니다.
RGB 패턴도 여러가지 있어서 투명키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인 면을 잘 만족시켜주더군요.
다만 단점이 없는 키보드는 아닙니다.
첫번째로 전원 온/오프 버튼과 불루투스/2.4G 무선 전환 버튼이 키보드 하단에 있다는 점.
이게 왜 단점이냐 싶으실텐데 이 제품은 유선, 2.4G, 블루투스 기기 3개까지 접속이 가능한 제품입니다. 그런데 해당버튼들이 죄다 하단에 있기때문에 블루투스 접속을 제외하면 기기접속을 변경할때마다 하단 버튼을 조작해줘야합니다. 며칠간 스위치 공부하는 와중에 해당버튼들이 측면에 존재하는 키보드들도 볼 수 있었고, 그러다보니 이 제품도 해당버튼들이 측면에 있었다면 편하게 여러기기를 오가며 작업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전에 알고 구매를 한거긴합니다만 제품품질에 너무 만족을 해버려서 더욱 아쉬웠던 부분. 현재는 해당부분은 아예 포기하고 작업용 데스크탑 전용으로만 사용중입니다.
두번째 단점으로는 배터리상태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
작업용 데스크탑 전용으로 사용하는 또 하나의 이유인데, 배터리용량은 1850mAh로 현재는 무선으로 사용하면서 충전을 위해 USB 연결을 해두는 식으로 사용중입니다. LED를 켜놓고 사용해도 하루정도는 너끈히 버텨주더군요.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것처럼 배터리상태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고 공식홈페이지에서 전용프로그램을 받아 설치해도 배터리관련부분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배터리가 부족할때를 대비해 언제든 유선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무전원 USB 2.0 허브를 구매해 위 사진처럼 셋팅해놓은 상태입니다.
키보드 매니아분들은 여러 키보드를 쉽게 바꿔사용하기 위해 저렇게 셋팅을 해서 사용하시던데 막상 써보니 선정리도 되고, 입력장치 관리도 잘 되는 편한 셋팅이더군요. 하지만 블루투스와 무선을 지원하는 기기임에도 이렇게 배터리방전을 염두에 두고 사용해야한다는건 좀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무선을 지원하는건 좋은데 이렇게하면 무선의 의미가.....
세번째 단점으로는 키보드 인디게이터를 쉽게 확인할 수 없다는 점.
키보드 인디게이터가 Ins, Home, PgUp 버튼 위에 2개가 있고 각각 Caps Lock, 블루투스 연결 확인용도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 등이 키캡에 반쯤 가려지는 위치에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고, 심지어 컬러RGB가 아닌 백색광이라 눈에 확 띄이지도 않습니다. 덕분에 영문타자 칠 일이 많으신 분이라면 아주 불편할 부분.
그 외에 몬스타기어 공식홈페이지에서 전용프로그램을 다운받아 키설정 변경이나 매크로등의 커스텀 셋팅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매크로키 활용도가 낮다보니 테스트만 몇번해보고 쓰지않는 상태네요.
뭐, 최종적으로는 대만족하고 잘 사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텐키리스라는 부분도 꽤 만족하고 있는 부분인데 그 동안은 풀배열 키보드만 사용하다보니 마우스 사용공간이 좁은걸 책상때문이라고만 생각했지 키보드 부피가 크다고는 생각을 안했거든요. 그래서 막상 써보기전까지는 텐키사이즈의 공간 확보가 마우스 사용에 얼마나 편리한지 실감을 못했습니다. 직접 몸으로 체감하고나서야 무릎을 쳤네요.
한번 적응하니 앞으로 키패드를 따로 사용하면 모를까 풀배열 키보드는 못 쓸것 같아요.
마우스 조작공간이 넓어진 것도 그렇지만 텐키가 없어진만큼 키보드 위치가 정중앙으로 옮겨져서 좌우 밸런스도 더 잘 맞는 느낌. 그렇지않아도 오랜시간 키보드 타건을하면 왼쪽 날개뼈에 통증이 발생하는 지병이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풀배열 키보드를 쓰면서 저도 모르게 몸이 틀어져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몬스타기어 닌자87 PRO RGB. 가격적으로도 성능적으로도 적극 추천 제품입니다.
바로 이전 제품인 닌자87 BT가 2.4G 무선 기능이 없는대신 내부 보강판이 알루미늄이라 가격이 더 높은걸로 알고 있는데 알루미늄을 포기하고 2.4G를 선택한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강판 재질이 알루미늄이냐 스틸이냐는 취향의 문제나 호불호의 문제로 넘길 수 있는데, 2.4G 무선은 호불호가 아니라 직접적인 사용성과 편의성의 문제라 있어서 좋으면 좋았지 절대 나쁜 선택은 아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커스텀 키보드에 관심이 없으신 분이라도 가성비와 더불어 유지보수가 편하다는 점때문에 적극 추천하는 제품. 혹시라도 키보드 교체예정이 있으시거나 텐키리스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구매목록에 넣어둘만한 제품입니다.
댓글